중국어선 오징어 남획에 울릉군민까지 뿔났다…10년새 7분의 1로 줄어 생계 타격

입력 2014-12-08 14:49
오징어채낙기선이 울릉도 밤바다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중국배가 들어오고 나서는 오징어 어획량이 확 줄었습니다. 지금 1년에 1000만원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과반수입니다. 이러니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겠습니까?”

중국 어선이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울릉도 오징어잡이 어업인이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 어선의 고기잡이는 서해안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해안에서도 중국 어선이 늘고 일부는 불법 행위까지 벌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 중량은 2012년 10만2894t에서 2013년 8만5803t으로 17.6% 줄었다.

오징어로 널리 알려진 울릉도의 상황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다.

울릉수협을 통해 위판된 오징어는 2003년 7323t에서 2013년 1774t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7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출어 어선이 2003년 1만1481척에서 2013년 4370척으로 감소했다.

울릉군어업인총연합회는 출어 어선 가운데 3분의 1은 경비조차 못 건질 정도로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오징어가 줄면서 10년 전만 해도 오징어잡이 기간이 6월 중순에서 이듬해 2월 말까지였으나 최근에는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로 줄었다.

울릉군은 울릉지역의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를 중국어선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북한과 중국 간 공동어로협약에 따라 중국어선이 매년 1000척 이상 동해안 북한 해역에서 우리 동해로 이동하는 오징어떼를 저인망 그물로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배가 북한 해역을 벗어난 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등 불법 어로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 울릉 어업인들의 하소연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이나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울릉군어업인총연합회의 정영환(55) 회장은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배는 연간 조업일수가 50일도 채 안 된다”며 “우리 정부가 중국배의 울릉도 연근해 조업권을 허가하는 바람에 피해가 더 크다”고 밝혔다.

중국배는 야간에 못쓰는 어구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폐기름을 배출하는 등 해양생태계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울릉군과 동해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30일부터 8일까지 기상 악화로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울릉도에 대피하러 온 중국배 250여척에 대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단속에 집중했다.

이렇게 어업인의 불만이 커지자 최수일 울릉군수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부 차원의 대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 군수는 “최근 서해안보다 많은 수의 중국 어선이 동해나 울릉도 오징어 어장에 출몰해 쌍끌이 조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울릉도 수산물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울릉지역 어업인은 중국 어선에 오징어를 모두 빼앗겨 먼 바다로 조업을 나가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 수차례 대응 방안을 건의했으나 미온적인 대처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어업인이 마음 놓고 조업할 수 있도록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행위를 단속하고 동해 어장의 황폐화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울릉=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