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센델 “한국 출판사 교체한 것은 신뢰문제 때문”

입력 2014-12-07 16:56
사진=유튜브 캡처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책을 재출간하면서 출판사를 교체한 이유를 밝혔다. 샌델 교수는 지난 4일 오후 숭실대 강연회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출판사 교체에 대해 “경제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라며 “저자와 출판사간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출판사인 김영사는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를 출간, 123만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샌델 측은 한국어판 계약이 종료되는 지난 5월 김영사에 계약 종료를 알리고 와이즈베리 출판사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와이즈베리판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간되자 김영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건강한 시장 생태계를 위해 보다 상식 있는 경쟁과 계약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와이즈베리가 돈으로 재계약 판권을 가로 챘다는 뉘앙스였다. 김영사는 재계약을 위해 선인세로 20만달러(2억2300만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샌델 교수는 돈이 아니라 신뢰가 문제였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세계의 수많은 출판사들과 일을 하지만 신뢰문제로 출판사를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도 했다. 어떤 신뢰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출판사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면서 입을 다물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한국 에이전시 에릭양 관계자도 “와이즈베리가 지급한 선인세는 김영사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계약 당시 김영사에 우선협상 기회를 줬고 충분한 시간도 줬다”며 “끝내 합의가 안 돼서 다른 출판사에 재계약 기회를 오픈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와 김영사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샌델의 또 다른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2012년 와이즈베리에서 출간됐을 때부터다. 출판계에서는 김영사가 2011년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출간하면서 원저자인 샌델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책은 낸 게 신뢰관계를 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