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파문을 일으킨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의 진위여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로선 문건 내용 중 상당부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정씨가 ‘십상시(十常侍)’와의 정기회동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문건의 핵심조차 사실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 문건에 ‘정씨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을 축출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보도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에는 검은색으로 가려진 부분이 여러 군데 있다. 이 가운데 정씨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십상시를 만난 자리에서 “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비리나 문제점을 파헤쳐서 빨리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청와대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당시 해당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문서파일을 복구해 검찰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은 해당 문건 전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십상시 멤버로 당시 정씨와 함께 회동했다고 적시된 사람들 중 한명(청와대 행정관)이 이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라서다. 이 의원 측근이 참여한 모임에서 ‘이 의원을 쫓아내라’고 정씨가 지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의원과 해당 행정관의 사이가 크게 나빠졌다는 게 전제되지 않는 이상, 현실화되기 어려운 시나리오인 셈이다. 세계일보가 애초 보도에서 이 부분을 가린 이유도 이런 정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건에서 검은색으로 가려진 부분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육영재단 임원의 처조카 김모씨 실명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정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내가 정윤회 비서실장을 잘 아는데 요즘 그를 만나 부탁을 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도 박 대통령이 1990년 이사장 자리를 동생 근령씨에게 넘긴 뒤 이 재단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세계일보 문건 중 검게 가린 부분은 무슨 내용?
입력 2014-12-07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