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두츠 작가는 기존의 ‘100=1, 1=100’이라는 작품 타이틀 대신 ‘100-1=0’을 들고 나타났다. 12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통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00-1=0’은 무슨 뜻인가. ‘100’은 모든 것을 소유한다 할지라도, ‘-1’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면. ‘0’은 모든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두츠의 이전 작품 ‘100=1’은 ‘100’과 ‘1’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신작 ‘100-1=0’은 ‘-1’ 즉, 정체성(identity)이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다. 국적이 세네갈에서 프랑스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란한 색채와 유난히 큰 자동차와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할 정도로 아주 복잡해졌다.
작가에게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획기적인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인기가 높은 작가는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을 조금 먼저 출발했다고나 할까. 동적(動的)인 심성(心性)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진행형이다. 서민지역의 무질서한 집과 사람과 자동차를 만화적 팝아트로 그려내 것에서 한걸음 나아갔다.
골판지와 신문지는 캔버스에서 자취를 감췄고, 가느다란 선과 아기자기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패턴이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다. 인간을 향한 여정이 개인에게로의 행복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작가에게 ‘100’은 완전한 세계일 수도 있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픈 욕구일 수도 있다. ‘1’은 정체성이고 ‘0’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큰 차는 그의 딸과 관련이 깊다. 유치원에 갈 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어린 딸이 애처로워 차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큰 차는 아이를 생각하는 아빠 마음의 크기와도 같은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그림에는 큰 차가 여러 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욕구와 관련된 것이다. 이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과제다.
서민지역의 무질서한 모습과 누추한 집들은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는 거대한 빌딩의 숲에 가려 그 자체가 미미해지고 있다. 환경의 변화는 거대한 벽이 되어 두츠를 압박하고 있다. 사라져가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그림은 그저 패턴의 변화로만 남을 뿐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봐야만 한다.
가난하지만 누추하지 않았던 그 무엇을 표현한 예전의 그림처럼, 더욱 더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츠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그의 욕망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닿으려는 순수성과 잠재성이 그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츠는 누구인가?
두츠(N. Douts)는 1973년 세네갈에서 태어나 다카르 국립예술학교에서 ‘서민지역의 무질서 건축연구’라는 논문으로 수석 졸업을 했다. 2000년 아프리카 비엔날레 ‘젊은 작가 모음 전’에 참여하면서 갤러리 기획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1년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설치미술 ‘TRAIN-TRAIN MEDINA(Medina의 지루한 일상)’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프랑스 TV5와 벨기에 RTBF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오랫동안 구상해온 작품 ‘100=1, 1=100’을 발표하면서 서구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2006년에는 다카르비엔날레에서 유럽연합 예술가위원회가 주는 대상을 받으면서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유서 깊은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2008년 3월, 한국의 아프리카미술관에서는 개관기념전으로 두츠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아프리카적인 수묵화의 감성을 느끼게 하여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은 주로 은행과 기업이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워싱턴의 World Bank는 ‘100=1, 1=100’이라는 주제로 한 작품 100점을 모두 사들였다.
이번 전시는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02-732-384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세네갈 출신 스타작가 두츠 '100-1=0' 개인전 갤러리통큰 12월 16일까지 "정체성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입력 2014-12-06 23:11 수정 2014-12-06 2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