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부모로서 이 땅에 산다는 게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면 쉽게 말하는데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역지사지하는 마음이었으면 이런 일이 왜 생길까요.”
“우리 아이도 시각장애가 있는데 집 앞에 있는 유치원에서 안 받아준다고 해서 교육청에, 인권위에 이야기해서 겨우 들어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이 맡기는 게 주눅드는 것 사실이고 부모를 잘못한 사람처럼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인가 싶었는데 아이를 낳고 살아보니 후진국이더라.”
“얼마나 처절했으면 죽음으로 떳떳함을 알리고 싶었을까! 그래도 자식 생각해서 한 번만 더 생각하지 그러셨어요. ㅠ 죽음만이 답은 아니였을텐데 많이 안타깝네요.”
일곱 살 시각장애 아들 엄마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에 인터넷이 들끓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5일 장애 아들이 내년 입학할 초등학교를 미리 둘러본 일로 교육청의 경위 파악전화를 받은 울산 북구에 사는 김모(35)씨가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아들이 배정받은 초등학교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 1시간가량 학교를 둘러봤다.
그는 학교 방문 직후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로부터 사전에 공문도 보내지 않고 어떻게 학교에 들어가게 됐는지 따져 묻는 듯한 전화를 받고는 무척 억울해하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의 이날 초등학교 방문은 취학을 앞둔 장애 어린이를 위한 초등학교 적응훈련 프로그램으로, 울산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사전에 학교 쪽에 방문 요청 공문을 팩스로 보냈고 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특수교사와 김씨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특수교사가 동행했다.
또 방문 전날 김씨가 초등학교 특수교사에게 전화해 방문 계획을 알렸고, 학교를 방문해서는 이 특수교사의 안내로 장애아 특수반 수업을 참관하고 시력이 매우 약한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특별 제작된 교과서도 받아왔다.
이날 오전 11시쯤 학교 방문을 마친 김씨는 오전 11시17분과 오후 2시20분쯤 잇따라 교육지원청 장학사로부터 학교 방문 경위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의 학교 방문에 동행했던 이들은 “김씨가 ‘사전 공문과 전화 등을 통해 정당하게 학교를 방문했다’고 해명해도 담당 장학사가 ‘학교에선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김씨가 외부인에게 노출되기를 꺼리는 장애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반 교실에 함부로 들어가 수업을 보고 교과서를 갖고 나온 듯이 따져 몹시 억울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2일 저녁 남편 최모(39)씨와 함께 집에서 술을 마시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다가 남편이 먼저 잠든 사이 3일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집에서 발견됐다.
네티즌들은 “이런 장학사 아주 많다. 권위의식 많고 아랫사람 대하듯 막무가내이고. 교육청은 왜 있는지. 없어도 학교는 잘 돌아갈 거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런 실정이니 진짜 어이없는 나라다. 그 교육청 장학사들 다 잘라야 한다.”고 분노를 쏟아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시각장애 아들 엄마의 안타까운 죽음에 공분
입력 2014-12-05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