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흑인 남성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경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전국으로 확산됐다.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남쪽에 있는 뉴욕시청 앞 광장은 전날보다 한층 거세진 시위대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경찰을 재교육시키겠다고 약속하고 미국 법무부도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3000~4000명의 시위대가 뉴욕 시청 앞으로 집결해 ‘정의없이 평화없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흔들었다. 미주리 주 ‘퍼거슨 시위’의 상징과도 같은 “쏘지 마라” 구호도 끊이지 않았다. 워싱턴DC와 보스턴, 시카고 등 주요 대도시에서도 이틀 연속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뉴욕시 당국은 뉴욕시 경찰관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경찰 개혁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우리의 치안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윌리엄 브래턴 뉴욕경찰청장은 민생치안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찰인력 2만2000명이 3일간 재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는 또 앞으로 2주 동안 불심검문을 가장 많이 하는 시내 6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54명의 유니폼에 소형카메라(보디캠)를 부착, 현장 상황을 녹화하기로 했다. 이들 경찰서는 특히 소수 인종을 상대로 집중 검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 경찰은 이번 사건 대응이 적절했는지 적절했는지 가리기 위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흑인 남성을 목조른 판탈레오 경관은 대배심 결정으로 기소는 피했지만 이번 내부 조사를 통해 처벌될 가능성이 열렸다. 법무부도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를 벌이기로 해 추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오는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갖기로 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20여명은 알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단체에서 모임을 갖고 ‘퍼거슨 사태’와 ‘에릭 가너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미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불기소 결정은) 미국의 사법시스템이 불균형이라는 걸 인정한 셈”이라며 “법무부가 두 흑인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장난감 권총을 갖고 놀던 12살 흑인소년을 사살한 사건을 계기로 클리블랜드 경찰의 직무 집행 감사에 착수한 결과 “과도하고 부적절한 경찰력 행사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클리블랜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기와 맨주먹, 테이저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무력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흑인 소년을 사살한 티머시 로먼 경관은 사격훈련 과정에서 과도한 흥분상태를 보이는 등 총기사용이 적절치 않은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먼 경관은 최근 사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인종차별 시위 이틀째 전국 확산…미국 뉴욕시청 앞 광장 시위대로 가득
입력 2014-12-05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