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과도한 음주로 장애아를 출산한 산모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태아가 유기체지만 형법에 규정된 법적 인격체로는 볼 수 없다”는 이유를 판결근거로 제시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잉글랜드주의 한 자치단체가 소송을 제기한 태아기알코올 증후군 사건에서 ‘임신부가 음주로 인해 장애아를 출산했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단체는 친모의 임신 중 과도한 음주로 선천적 장애를 앓게 된 7세 여자아이가 공적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범죄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단체 측은 아이의 어머니가 임신 중 매일 반 병 이상의 보드카와 맥주 8캔을 마셔 태아기 알코올 증후군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영국 법원에 계류 중인 80여건의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아동의 변호인 닐 슈거맨은 “추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영리단체인 영국 임신자문서비스(BPAS)는 이 소송이 받아들여지면 비슷한 상황의 산모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 BPAS 측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한다면 중독증세에 대해 의학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산모들이 치료 자체를 단념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 “여성들은 임신을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보다 임신을 하지 않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법적으로 출생 전 태아의 권리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원칙으로 태아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민법에서는 예외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보호자가 사망한 경우의 상속권이나 분만사고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태아는 법적 인격체로 볼 수 없다?”… 영국 법원 판결 논란
입력 2014-12-05 17:21 수정 2014-12-05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