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갈등 후폭풍이 거세다. 말다툼 끝에 흑인을 사살한 전직 한 백인 경찰서장이 3년만에 기소됐다. ‘숨 막힌다’는 대사가 들어간 유통업체 월마트의 TV광고가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로 방영이 중단됐다. 뉴욕경찰에 목조르기를 당해 죽은 에릭 가너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시위대를 비난한 흑인 농구스타 찰스 바클리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CBS 방송 등은 사우스캐롤이나주에서 3년 전 비무장 흑인을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서장 리차드 콤스(38)가 기소됐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콤스의 기소 결정은 뉴욕에서 흑인 노점상 에릭 가너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달레오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같은 날인 지난 3일 이뤄졌다.
콤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버그카운티 인근 소도시인 유토빌의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 5월 버나드 베일리(당시 54)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두 발의 총을 베일리의 가슴에 쐈다. 당시 베일리는 자신의 딸에게 부과된 범칙금에 항의하러 콤스 서장을 찾아왔다. 차에서 나오려던 베일리와 그를 밀어 넣으려던 콤스는 잠시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콤스의 총격으로 베일리는 사망했다.
콤스는 핸들에 팔이 엉켜있어 베일리가 차를 몰고 도망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콤스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으며 도망치려던 베일리를 무리하게 뒤쫓은 정황을 들어 콤스를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다. 직권 남용과 살인의 최고 형량은 각각 10년과 30년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인종차별 논란이 미국 전역에서 거세게 일면서 흑인 남성이 딸의 격한 포옹에 “숨막혀(I can’t breathe)”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월마트의 TV광고가 시청자들의 항의로 중단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데이샤 바넷 월마트 대변인은 “소비자들의 항의에 따라 이 광고를 재편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구 스타 찰스 바클 리가 시위대를 비난한 발언으로 다른 명사들로부터 잇단 공격을 받았다. 바클리는 “뉴욕 사태는 인종차별도 살인사건도 아니다”며 방화와 약탈을 저지른 일부 시위대를 ‘쓰레기’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이에 올림픽에서 인종차별에 항거하는 ‘검은 장갑 세레모니’로 주목 받았던 흑인 육상스타 존 카를로스가 언론 인터뷰에서 바클리에게 “입 다물라”고 일갈했다. 유명 뮤지션인 아젤리아 뱅크스와 이기 아젤리아도 SNS 상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인종갈등 후폭풍… ‘숨 막혀’ 대사 들어간 월마트 광고 교체
입력 2014-12-05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