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침몰 생존기회 세 차례 있었다

입력 2014-12-05 14:38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역에서 침몰해 5일 현재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조산업㈜ 소속 501오룡호의 선원들이 모두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한 세 차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 전후 오룡호와 인근 해역에 있다가 구조에 참가한 잘리브호, 카롤리나 77호, 96오양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부터 서베링해에는 강풍과 높은 파도가 예보돼 다른 선박처럼 미리 피항했어야 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쯤 96오양호 이양우 선장은 오룡호와 교신에서 “날씨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하니 판단을 빨리 하는 것이 좋겠다”며 피항을 권유했다. 당시 오양호는 피항을 위해 조업 중이던 해역에서 가까운 러시아 나바린 지역으로 이동했고, 근처에서 조업 중이던 준성5호, 준성호, 남북호도 피항 중이었다.

오룡호 선장 역시 “고기 그물을 걷고 피항하겠다”고 답했으나 현지 시간 오후 12시 30분까지 조업을 계속했다. 결국 그물을 올리는 도중 높은 파도가 두 차례나 선미로 넘쳐 들어와 어획물 처리실에 물이 가득 차면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후 12시30분쯤 오룡호는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자 인근 해상에 있던 선박들에 첫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어 카롤리나 77호와 잘리브호가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 카롤리나 77호 김만섭 선장과 오룡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이때 오룡호는 해수와 어획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바닷물이 계속 들어오는 상태였다. 심지어 타기실에도 바닷물이 넘쳐들어 조타가 불가능해졌으며 비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엔진까지 정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항해 전문가들은 비바람이 거센 해상에서 선박의 엔진 꺼졌다는 것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룡호 선원들은 접근 중이던 카롤리나 77호로 옮겨타지 않고 카롤리나 77호에서 펌프를 지원받아 바닷물을 빼내는 작업을 선택했다. 이때가 현지 시간 오후 2시30분쯤이었다.

배수 작업으로 오룡호는 잠시 복원력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오후 4시쯤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어 오룡호는 좌현 경사가 더 심해져 퇴선하겠다며 주변 선박들에 구조 준비를 요청, 오후 4시10분 선사와 위성 전화로 상의한 후 최종 퇴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10분이면 선미에서 작업하던 선원들 대부분이 선수에 있는 구명 뗏목으로 옮겨 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마기막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 구조자 8명이 모두 구명정에 탑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또 체온 유지를 위해 선내에 비치된 특수 방수복을 입을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인명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망자 대부분은 촉박한 시간에 쫓겨 구명동의만 입은 채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내려 참사를 면치 못했다.

한편 사조산업은 사고해역에서 수색·구조작업을 하는 선박들이 외국인 선원 시신 5구를 추가로 인양하면서 사망자수가 25명을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인양된 시신은 인도네시아 선원 2명, 국적 미확인 선원 3명으로 시신이 발견된 위치는 사고지점에서 17.8 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고 사조산업 측은 설명했다.

이로써 501오룡호 선원 60명 가운데 사망자는 25명으로 늘었으며 7명은 구조됐고 28명은 아직 실종된 상태다. 사조산업 측은 “사고지점 인근 해역의 바람은 초속 12m 정도로 약화됐고 파고도 2m 정도로 낮아져 수색·구조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