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10명 중 8명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5일 발표한 ‘시설 거주 장애인 선거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병원 등 정신보건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64명 중 52명(81%)이 6·4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정신장애인 64명을 포함해 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장애인 272명과 시설 종사자 220명을 심층 면접했다.
우리나라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피성년후견인(금치산자) 판정을 받지 않은 정신장애인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가 심층 면접한 결과 선관위가 정신병원 등에 배포한 선거 관련 공문·자료는 장애인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시설 거주 정신장애인의 45.1%는 투표소에 가지 않고 시설 내에서 별도로 진행하는 ‘거소투표’ 형태로 선거권을 행사한다고 답했다. 시설 종사자의 49.7%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시설에서의 거소투표를 권유했다’고 응답했다. 거소투표를 한 장애인의 44.4%는 ‘다음번 선거에는 시설 밖에서 선거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함께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와 관련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조사 책임자인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평균 170일 이상 장기 입원하는 우리나라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정신보건시설에 대한 선거관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장애인 시설에서는 부정선거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거소투표는 지양하고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인권위 “정신보건시설 장애인 81%, 6·4지방선거 참여 못해”
입력 2014-12-05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