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지연은 삶의 숨결을 카메라에 담는다. ‘상처를 품은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연다. 15년간 한민족 디아스포라 작업을 해온 작가는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동포들의 얼굴이 아닌 풍경이라는 점에 포인트를 두었다.
중국 연변에서 탈북 아이들을 찾아가며 본 풍경, 강제 이주로 신음하던 러시아의 한인들의 흔적을 찾으며 만났던 풍경들이 이번 전시에서 펼쳐 보인다. 일본 3·11 대지진으로 고립된 조선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본 부서진 풍경은 허허롭기만 하다.
자연의 크나큰 힘 앞에서는 한갓 미물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종교적 용어도 무색해지는 부초 같은 인생살이에 작가는 두려움까지 느꼈다고 한다. 니오베가 12명의 자식을 잃고 고향 시필루스 산의 바위가 되어 눈이 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이 보인다는 그리스신화처럼.
눈 덮인 사할린 풍경은 해방되고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한인 동포들의 눈물을 담고 있는 것으로 요즘 그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가 이런 풍경들을 끄집어낸 것은 흩어져 있는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는 각기 다르지만 그들을 품은 자연은 절망적인 삶에서도 자식을 꼭 끌어안은 어머니 같은 모습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의 큰 상처를 입은 대한민국에도 어머니 품처럼 위안이 될 수 있는 무엇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열기로 결심했다. 울림은 그런 것이다. 감동도 그런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진솔하게 담은 작가의 사진이 우리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지연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 개인전 '상처를 받은 풍경' 12월 10일까지
입력 2014-12-04 22:49 수정 2014-12-04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