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히틀러도 우리 무너뜨리지 못해”

입력 2014-12-04 21:04 수정 2014-12-05 00:0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제재에 따른 현 국가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행한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 “과거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사람들은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시련에도 맞서 이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이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 한다”면서 “러시아를 유고슬라비아 붕괴 시나리오에 따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또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의 비극적 상황이 보여주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한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의사가 없어 보이며, 우크라이나 정부도 국민을 챙길 뜻이 없다”면서 “반면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325억 루블(약 6900억원)을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크림 반도 병합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크림은 러시아의 모체인 고대국가 루시에 기독교를 도입한 블라디미르 대공이 스스로 세례를 받은 곳”이라면서 “러시아에 크림은 유대교도와 무슬림들에게 예루살렘의 템플마운트(성지)가 갖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서방 제재에 따른 국내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4년간 세금을 동결하고 국부펀드를 풀어 안정화하겠다며 민심을 달랬다. 그는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인한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자금에 대해 사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80분 동안 이어진 푸틴의 연설은 TV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