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 밀매 혐의로 체포하려다 목조르기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대니얼 판탈레오(29)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배심은 백인 14명, 흑인 등 유색인종 9명으로 구성됐다.
대배심은 지난 7월 17일 체포 때 동영상 분석과 증언 청취 등 석 달간의 조사 끝에 표결했으며, 그 결과 경관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단속에 걸린 가너의 뒤로 판탈레오가 다가가 그의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다. 천식 환자였던 가너가 넘어진 채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에 판탈레오는 목조르기를 푸는 대신 재빨리 가너를 깔고 앉아 그의 머리를 눌렀다. 수갑이 채워진 가너는 길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뉴욕 경찰은 20년 전부터 목조르기 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검시관이 “목을 조른 것이 가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의견을 냈지만 뉴욕 경찰 노동조합과 판탈레오의 변호인단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맞섰다.
대배심 결정이 알려지자 뉴욕 시민 수천 명이 타임스퀘어, 유니온스퀘어 등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린 록펠러센터로 거리 행진도 했다.
시위는 워싱턴DC, 필라델피아,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 등으로 확산됐다. 백인들도 가세한 시위대는 “숨을 쉴 수 없다” “인종차별 경찰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도로에서 연좌 시위를 벌였고 고속도로 통행로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뉴욕시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성명을 내고 과격 시위 자제를 요청했다. 흑인과 결혼해 흑인사회로부터 비교적 인기가 높은 더블라지오 시장은 “대배심의 결정은 많은 뉴욕 시민이 원하지 않는 결론”이라고 공감을 표시하고 나서 “평화적인 시위는 가치 있는 행동이지만 과격 시위는 질서를 깨트리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과 미주리주 대배심의 결정은 많은 흑인들이 미국의 사법체제에 대해 품고 있는 좌절감을 다시 부각시킨다”면서 “이 나라에서 어느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면 이는 커다란 문제이며, 나의 소명은 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