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퍼거슨 사태’ 오나… 흑인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불기소

입력 2014-12-04 15:36 수정 2014-12-04 15:41
ⓒAFP 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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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대배심이 흑인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사망케 한 미국 경찰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퍼거슨 소요사태’를 불러일으킨 미주리주 대배심의 결정이 나온 지 열흘 만입니다.

미국 뉴욕 스탠튼아일랜드 대배심은 지난 7월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낱개 담배를 판매한 혐의로 에릭 가너(43)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가너를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대배심은 현장을 찍은 동영상과 경찰관의 증언 등을 토대로 3개월간 조사를 벌였고, 결국 판탈레오 경관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가너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외치면서 경찰관 2명과 대치합니다. 잠시 후 추가로 출동한 경찰관이 가너의 뒤쪽에서 자신의 두 팔로 가너의 목을 감싸안습니다. 그러자 다른 경찰관들이 합세해 가너를 바닥에 쓰러뜨립니다.

가너는 자신을 둘러싼 경찰들에게 계속해서 “숨을 쉴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가너의 머리와 몸을 짓누르며 수갑을 채우죠. 가너는 천식환자였습니다. 그는 길바닥에 누운 상태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뉴욕 시경은 목을 졸라 용의자를 제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목을 조른 것이 사망 원인이다”라는 검시관의 소견이 나오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하지만 대배심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주장한 뉴욕 경찰 노동조합과 판탈레오의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타임스 스퀘어에선 곧바로 항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대배심의 결정은 뉴욕 시민이 원하지 않는 결론”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저녁 “가너 사건에 대해 연방 시민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건 당시 판탈레오 경관이 인종적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가너의 시민평등권을 침해했는지 조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은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발생한 마이클 브라운(18) 사망 사건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비무장 상태의 흑인 용의자에게 백인 경찰관이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죠.

미주리주 대배심이 백인 경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퍼거슨시에선 100명 넘게 체포될 정도로 과격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에 동조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휴일을 거치면서 사태가 진정되는가 싶었는데 뉴욕대 대배심 판결이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두 사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상을 생생히 담은 기록물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닐까요. 가너가 체포되는 과정, 의식을 잃고 쓰러진 가너를 본 경찰의 대응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