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설움을 가슴에 안고 뛴다. 광주 FC의 미드필더 조용태(28)도 그렇다. 그는 전 소속팀인 경남 FC에서 설움을 겪었고, 2014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그 설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남기일 광주 감독대행은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과 승강 PO 1차전을 치르기 전 이렇게 말했다. “조용태가 설움을 겪었던 전 소속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남 감독대행의 바람은 이뤄졌다. 조용태는 전반 20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반 박자 빠른 중거리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려 광주의 3대 1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조용태는 전 소속팀에서 어떤 설움을 겪었을까. 2007년 겨울 조용태는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2008년 수원에서 17경기를 뛰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입단 동기 박현범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했던 수원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0년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친 뒤 수원으로 복귀했다. 부상으로 주전경쟁에서 밀린 조용태는 주로 후반전 조커로 뛰었다.
더 많이 뛰고 싶었던 조용태는 올해 초 경남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더 뛰고 싶어서 경남으로 갔는데 수원에서보다 출전 기회가 더 없었습니다. 솔직히 많이 섭섭했어요.” 조용태는 지난여름까지 단 한 경기에서 교체출전으로 23분을 뛰었다.
설 자리를 잃은 조용태는 광주로 옮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수원에서 경남으로, 다시 2부 리그 팀인 광주로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조용태가 광주행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남 감독대행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순천중앙) 선배이기도 한 남 감독대행은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조용태를 조련해 ‘히든카드’로 만들었다.
조용태는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도 골을 넣어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겠다고 벼르고 있다. 21일 결혼하는 조용태는 겹경사를 앞두고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광주는 2차전에서 비기거나 한 골 차로 져도 3년 만에 최상위 리그로 복귀할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광주 조용태 “설움 날리고 클래식으로 간다”
입력 2014-12-04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