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한국축구에 조언 “시스템-조직-계획에 매몰되지 말라”

입력 2014-12-04 15:01

울리 슈틸리케(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현대 축구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에 대해 강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경기도 파주시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4 대한축구협회 ‘기술 콘퍼런스 & 축구과학회’에 참석해 ‘현대축구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해하기 쉽도록 ‘S.O.S’를 지도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지목했다. 첫 번째 ‘S’는 ‘시스템(System)’으로 지도자들이 지나치게 특정 전술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팀에 공격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데 공격수 세 명을 기용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O’는 ‘조직(Organization)’을 의미한다. 조직력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거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던 1981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리버풀과 맞붙었다”고 회상하며 “당시 내가 중앙 수비수를 맡았는데 상대팀에서는 나를 측면으로 밀어내려고 중앙 공격수가 계속 오른쪽을 공략했다. 0-0이던 하프타임 때 이런 부분에 대해 감독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0대 1로 졌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예로 들며 “경기 시작은 4-2-3-1로 했지만 수시로 4-3-3, 4-2-4로 포메이션이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의 간격 유지만 된다면 대형 자체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S’는 ‘계획(Scheme)’을 가리키는데 이는 훈련 등을 너무 계획대로만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계획이 전혀 없어도 문제지만 모든 것을 계획대로만 꾸려간다면 단조로움 속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제시한 ‘S.O.S’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선 어릴 때부터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게 하며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도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골키퍼였다”며 “많은 포지션을 어릴 때부터 소화해야 지도자들이 특정 시스템을 고집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또 조직력에 대해서는 “한국 선수들이 특히 우수한 부분이 바로 조직력과 같은 규율이다. 탄탄한 조직력 위에 그것을 순간적으로 깨고 나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