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전 JAL123편 진상 규명 요구 일본인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만나 조언

입력 2014-12-03 20:02

“여러 당사자의 이해가 얽힌 대형 참사에서 진실은 묻히기 쉽다. 이해 당사자가 관계없는 독립 기관이 사고 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게 기본이다.”

일본항공(JAL) 123편 추락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일본인들이 3일 도쿄를 방문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조언했다. JAL 123편은 1985년 8월 12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을 이륙해 오사카로 향하다 군마현의 다카마가하라 산에 추락했다.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520명이 사망해 단일 항공 사고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故) 이창현 학생의 부모인 이남석·최순화씨,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 등 일행은 이날 도쿄 하네다 공항 근처 JAL 노조 사무실에서 항공안전추진연락회(항공안전회)의 가토 에쓰오 부간사와 JAL 노조의 스와 유키오 중앙서기장 등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가토 부간사 등은 사고 발생 후 29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갑작스러운 기내 감압이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당시 감압이 발생한 비행기로 보기엔 기내 분위기가 비교적 평온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문을 남겼다.

하지만 유족 등이 원인 규명을 위해 바다에 빠진 기체 인양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고 책임자가 재판에 회부되지도 않아 법을 통한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체 결함이 사고의 한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미국 당국의 조사는 자국 기업의 이해가 걸린 문제였기에 한계가 있었다. 가토 부간사는 “급속한 감압이 있었다는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를 우리는 믿지 않는다”며 “현장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세월호 희생자 유족인 최순화씨는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 일본 정부와 가해 회사, 유족 등이 어떻게 활동을 잘하고 있는지 배우러 왔는데 일본 상황을 들어보니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세월호와 같은 아픔이 느껴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 등은 이달 7일까지 도쿄와 오사카에서 후쿠시마 원전 피해 관계자,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 유족 등과 만날 예정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