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보는 사과그림이 더 생생하다' 진짜 사과보다 더 사과 같은 그림 윤병락 노화랑서 17일까지 개인전

입력 2014-12-03 17:27
가을향기
가을향기 입체작품
청사과
겨울에 먹는 사과는 상큼하다. 겨울에 보는 사과 그림 역시 상큼하다. 진짜 사과보다 더 사과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윤병락 작가(46)의 개인전이 12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에서 열린다. 사과 그림 신작 20여점이 내걸렸다. 겨울에 보는 붉은 사과는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

나무상자를 가득 채우고 넘쳐 마치 전시장 바닥에 뚝 떨어질 것 같다. 관람객들은 만져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극사실적인 표현과 더불어 사과 상자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으로 그려 훨씬 입체적 효과를 냈다.

10년 넘게 사과를 그리는 작가의 작업은 부단한 노동력을 요구한다. 그의 작업은 캔버스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재단하는 변형캔버스에 한다. 사과들을 화면 위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결정되면 배치되는 윤곽선에 따라 합판을 잘라 캔버스를 만든다. 그리고 합판 위에 삼합지 이상의 두꺼운 한지를 바른 뒤 유화물감을 서너 번 쌓아가며 작품을 완성한다.

작업과정에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생생하고 살아있는 듯한 질감과 색채를 통해 시각은 물론 후각 촉각 미각 청각 등 오감까지 자극하는 것이다.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가슴 가득 행복함이 들어차기를 기대한다.

그의 전시는 주로 사과철인 가을에 열었다.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선보인 이번 전시는 풍성함과 동시에 생생함을 전한다. 그의 작품은 그림으로서의 사과임이 분명하면서 동시에 사과가 아니다. 캔버스를 벗어난 그림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림인 듯 아닌 듯, 사과이면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다.

그의 사과 그림은 경북 영천 과수원집 아들이라는 배경에서 출발한다. 미술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구상화의 고장인 대구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대학(경북대 서양화과) 4학년 재학 중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 졸업 이후 대구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극사실주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사과의 향긋한 맛이 관람객을 유혹한다. 빨갛고 푸른 사과들은 볼수록 싱싱함을 선사해 컬렉터들이 선호한다. 사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사람들을 야릇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겨울에 먹는 사과가 제 맛이고 겨울에 보는 사과 그림이 더 생생하다(02-732-355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