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 여성의 이야기를 아사히신문에 처음 기사화했던 우에무라 다카시(56)씨가 최근 일본 우익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우에무라씨는 25년 전 아사히신문 기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지역 여성들을 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했는지 여부를 취재해 이를 바탕으로 ‘기억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Remembering still brings tears)’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 기사는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사히신문의 첫 기사가 됐다.
하지만 우에무라씨는 과거 자신이 쓴 기사로 인해 현재 일본 우파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8월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의 ‘위안부 강제 동원 증언’을 인용한 1980~90년대 기사를 철회하자 관련 없는 우에무라씨의 기사까지 ‘거짓 기사’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우파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우에무라씨를 향해 “한국의 거짓말을 퍼뜨린 배신자”라고 공공연히 비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에무라씨는 최근 대학교 강사 자리를 잃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일본 우익세력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에무라씨의 자녀까지 표적 삼아 그의 10대 딸이 자살하도록 만들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인터넷매체에 게재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NYT는 우에무라씨 사건 관련, 안 그래도 과거 기사 철회로 궁지에 몰린 아사히신문을 더욱 몰아붙여 ‘일본군이 한국인 여성을 포함해 수많은 외국 여성들을 전쟁 중 위안부로 강제 동원했다’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바꾸려는 보수진영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위안부 여성이 강제 동원의 피해자라고 전 세계가 믿게 된 것이 전적으로 아사히신문 탓이라는 구도를 설정하려한다는 것이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보수진영에 오랫동안 미움의 대상이자, 진보적 정치세력의 마지막 아성인 아사히신문을 무너뜨리려는 배경도 있어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8월 이후 발행부수가 23만부 가량 감소해 약 700만부에 머물고 있다.
우에무라씨는 일련의 인터뷰에서 “아사히신문이 오보라고 인정하 기사도 아닌데 우익세력이 나를 위안부 문제의 날조자로 몰고 가고 있다”며 “이런 위협을 통해 역사를 부정하고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NYT는 야마구치 지로 도쿄 호세이대학교 교수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아사히신문 사태를 이용해 다른 매체도 자체 검열을 하게끔 위협하고 있다”며 “새로운 매카시즘”이라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한국인 위안부 기사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자, 우익세력의 집요한 공격받아
입력 2014-12-03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