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 서비스 못받는 중증장애인… 하루 17.5시간 홀로 해결해야

입력 2014-12-02 17:54

까다로운 신청자격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하루 17.5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증 장애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의료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편과 차별이 가득한 곳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은 하루 24시간 중 72.9%에 이르는 시간을 ‘본인 스스로’ 각종 불편을 해결하며 지내고 있다”면서 “이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하루 평균 4.7시간 도움을 받는 상황과 격차가 컸다”고 2일 밝혔다.

보사연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 1038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시간도 턱없이 줄어들었다. 도움을 받는 시간(2.9시간)과 복지서비스를 이용한 시간(3.6시간)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각각 3.3시간, 4.1시간)에 비해 30분~1시간 정도 적었다.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려면 장애인복지법상 1·2급 장애인에 속해야 한다.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평가기준인 ‘인정조사표’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전체 중증 장애인 77만6749명 중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은 6만4000여명(8.2%)에 불과하다. 황주희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의 절반 이상은 의료 서비스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 장애인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 서울에 사는 20대 이상 1~3급 중증 장애인 가운데 52.9%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27%)이 가장 많았다. ‘치료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20.3%) ‘가까운 곳에 전문병원이나 편의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기 때문’(14.9%) 등이 뒤를 이었다. 치과 진료가 필요한데도 ‘치과에 간 적이 없다’는 장애인도 55.3%에 달했다. 치과 진료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42.3%는 경제적 부담을 지목했다.

병·의원을 이용하거나 진료를 받을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는 ‘의사들의 장애 특성 이해 및 배려 부족’(34.8%) ‘경제적 부담’(33%)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26.8%)을 꼽았다. 이밖에 장애인 재활병원 및 전문의사 부족, 의사소통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 긴 대기시간 등도 거론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