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 일본서 이모티콘 판매코너 대박… ‘라인장자’ 속출

입력 2014-12-02 17:13

올해 초까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모리 모리코(26·여)씨는 얼마 전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스탬프’ 다운로드 사이트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에 자신이 직접 그린 스탬프를 올리면서다. 스탬프는 휴대전화 메시지 등에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이나 캐릭터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모티콘’ 또는 ‘스티커’로 불린다.

모리씨의 스탬프는 젊은 여성이 뿌루퉁한 표정으로 “답장은 언제?”라고 말하는 그림이다.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한참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어 속상했던 경험에 착안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그림이 ‘대박’을 냈다. 최근까지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800만엔(약 7462만원)을 벌었다. 그녀 또한 덩달아 유명인사가 됐고, 출판사 8곳에서 앞다퉈 그림책 출판 의사를 타진해왔다.

모리씨는 지난 7월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 작가의 길을 택했다. 지난달에는 스탬프에 등장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러스트 에세이 ‘나를 더 돌봐줘!’를 출간했다. 모리씨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그녀의 사연을 전하며 크리에이터스 마켓이 일반인들에게 일확천금의 기회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전했다. 스탬프를 팔아 단번에 1000만엔(약 9374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이른바 ‘라인장자(라인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터스 마켓은 지난 5월 라인코퍼레이션(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이 출시한 서비스다. 일반 사용자가 직접 스탬프 42종을 그린 뒤 이를 한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1회 다운로드에 100엔(약 936원)을 지불하며, 수익은 라인과 제작자가 5:5로 나눈다. 서비스 시작 반년 만에 일반인 제작자 27만명, 판매 총액 36억엔(약 337억원)을 돌파했다. 다운로드 건수 상위 10위권 사용자의 평균 매출액은 3680만엔(약 3억4460만원)이며, 상위 1000위권도 270만엔(약 2518만원)에 달한다.

새로운 시장도 생겨났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돈을 받고 스탬프를 제작해주기 시작했다. 일본의 프리랜서 구인·구직 사이트인 ‘랜서스’에는 스탬프 제작 의뢰가 200여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웹 디자이너인 하마노 쿠미코씨는 “지난 9월 스탬프를 대신 만들어주고 6만엔(약 56만원)을 벌었다”며 “안정적으로 돈벌 기회가 생겨났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