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들이 서로 치부를 공개하는 흙탕물 공방을 펼치면서 은폐됐던 권력 내부의 암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이 언론을 통해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정씨, 靑 문고리 3인방 중 2명과 통화=정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정씨의 박지만 EG회장 미행설이 보도된 뒤에는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았다.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는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안 비서관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논란을 야기했다. 정씨가 수시로 이들과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정씨가 안 비서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나대로 할 테니까, 그쪽 3인방도 3인방이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밝힌 부분은 일종의 ‘대책협의’이자 ‘지시’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또 정씨가 지난 3월 이 비서관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시인한 것은 조 전 비서관의 진술과 일치한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4월 10∼11일 청와대 공용 휴대전화로 모르는 전화가 와서 받지 않았는데, 이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월 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면서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을 해보고요’라고 답변했으나 정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정씨 전화를 받지 않은 직후인 4월 15일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이 조 전 비서관을 불러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 그만 두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반격을 가했다. 정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경정이 ‘조 (당시) 비서관이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했다 그래서 만났다. 그랬더니 그 사람한테서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 조 비서관이 이렇게 쓰라고 지시해서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비서관 위증 논란까지…3인방 버틸 수 있을까=정씨는 자신이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그만 둔 이후(2004년)로 이때까지 3인방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올해 박 회장 미행설과 국정개입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들 3인방과 다시 전화통화를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10년 가까이 관계를 끊은 것처럼 알려졌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조 전 비서관과 연락을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는 반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씨가 과연 비선 실세였다면 조 전 비서관과의 통화를 그토록 원했겠느냐”면서 “이것만 봐도 정씨가 비선 실세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의 말은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결과를 낳았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3인방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이 비서관은 당장 야당으로부터 위증 낙인이 찍히고 있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으로부터 ‘정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2003년인가, 2004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위증의 혐의가 여실하다”고 했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으로 타깃이 된 3인방이 청와대에서 버틸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 폭로전이 계속되면서 이번 사건이 ‘정씨+3인방’ 대 ‘조 전 비서관+박지만 EG회장’ 간의 싸움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윤회와 조응천의 폭로전-권력 암투 모습 드러내
입력 2014-12-0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