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가 성추행범을 제지하다 뇌사상태에 빠진 뒤 끝내 숨진 한 여대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연방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명에 동참한 사람들은 1일(현지시간)까지 14만명을 넘어섰다.
독일 중부 헤센주 오펜바흐에 사는 툭체 알바이락(23)은 교사가 꿈이었다. 숨지기 전까지 대학에서 독일어와 윤리 과목을 이수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을 마감케 한 사건은 지난달 15일 밤에 일어났다.
그녀는 오펜바흐의 맥도널드 가게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런데, 가게 근처에서 젊은 남자 몇 몇이 10대 여학생 2명을 희롱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바이락은 혼자였지만 성큼성큼 다가가 남자들에게 희롱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알바이락이 몇 차례나 반복해 남성들을 나무라는 장면이 CCTV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에 화가 난 한 남성이 알바이락을 주먹으로 때렸고 방망이로 내리쳤다. 쓰러진 알바이락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경을 헤매던 그녀는 23세 생일을 맞이한 같은 달 28일 끝내 숨을 거뒀다. 알바이락의 소지품에서는 사후 장기기증 서약서가 발견됐다. 그녀의 터키계 부모도 딸의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그녀의 장기는 다른 환자 3명 이상에게 이식됐다.
미국 타임지는 “알바이락은 위기에 빠진 사람이 주변에 있을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고 떠났다”고 그녀의 죽음을 기렸다.
그녀가 숨진 병원 근처에는 연일 사람들이 몰려와 눈물 바다를 이뤘다. 그녀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청원이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앞으로 쏟아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독일을 울린 여대생의 의로운 죽음… 성추행범 제지하다 뇌사 끝 사망
입력 2014-12-02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