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로 가장한 제3세대 조폭 345명 구속…2조 규모 적발 범죄수익 898억원 환수

입력 2014-12-02 17:26
사진은 기업화한 조폭을 다룬 영화 '신세계' 포스터.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3세대 조직폭력배’들이 검찰의 집중 단속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합법적 기업가로 가장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식시장에까지 진출하는 등 3세대 조폭이 구축한 지하경제 규모는 2조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강력부(검사장 윤갑근)는 지난 2월 ‘전국 조폭 전담 부장검사·검사·수사관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지난 10월까지 대대적인 3세대 조폭 단속을 벌인 결과 총 345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3세대 조폭은 기업 간 인수합병, 주가조작, 부동산 및 건설업에 진출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2000년대 이후의 지능형 조폭을 이르는 말이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3세대 조폭의 지하경제 규모만 해도 2조18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중 898억원 상당에 보전 조치를 취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조폭들은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방식으로 불법자금을 챙겼다. ‘목포오거리파’는 사채업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한 상장회사를 인수했다. 2009년 이 회사가 가진 채권 22억6000만원과 전환사채발행 자금 60억원 등 총 94억원을 빼돌렸다. 또 차명으로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이천연합파’의 두목급 조직원 조모(55)씨는 회사가 보유한 50억원 채권을 대여금을 갚는 데 쓴 것처럼 꾸민 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청주 지역의 ‘파라다이스파’는 석유업계에 진출해 95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유통시켜 조세를 포탈하기도 했다.

심지어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직접 운영한 폭력조직도 있었다. 대전의 ‘유성온천파’는 증권 전문가들과 결탁해 1223억원 규모의 사설 선물시장을 운영하며 200억원 부당이득을 챙겼다. 검찰은 관련자 10명을 구속기소하고, 3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지역 폭력조직 ‘한일파’는 대포통장 176개를 만들어 선물시장 운영자들에게 넘기기도 했다.

대규모 불법 게임장을 운영해온 폭력조직도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의 3대 조폭 중 하나인 ‘동구연합파’는 불법 게임장을 개설해 벌어들인 수익을 조직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조직원 27명을 구속기소했고 범죄수익 2억5400여만원을 추징할 계획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580억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판매해온 ‘경산인규파’ 조직원들도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사행행위 지하경제 적발 규모만 1조7682억원”이라며 “이들이 지하경제 영역에 대거 진출해 있음을 재확인한 만큼 3세대 조폭의 활동을 계속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