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부안의 한 시골집 뒷마당에선 현금 7300만원이 나왔다. 감나무 아래 묻혀 있던 돈다발은 1만원과 5만원 지폐가 섞여 있었다.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내 의류매장에서 사라진 돈의 일부였다.
돈을 묻은 건 집주인의 손자 김모(29)씨였다. 김씨는 어릴 적 이 집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는 요양기관에 거주하고 있었다. 앞서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훔친 돈 대부분을 불태웠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오전 8시쯤 자신이 점원으로 일하던 의류매장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금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과 수표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모두 8990만원 정도였다. 오전 5시쯤 매장에서 퇴근한 김씨는 인근에서 옷을 갈아입고 금고가 있는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돈을 훔쳐 나온 날 저녁엔 평소처럼 매장에 출근했다. 김씨는 이 매장에서 3년 넘게 근무했다.
그가 범행 계획을 세운 건 일주일 전이었다.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 6곳의 수익금이 매일 새벽 본점 사무실 금고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매출이 올라 금고엔 큰돈이 보관돼 있을 게 분명했다. 김씨는 이 돈으로 경기도 부천의 자취방을 서울로 옮길 계획이었다고 한다.
금고 문은 미리 알아낸 비밀번호로 열었다. 금고에는 김씨 생각보다 많은 돈이 있었다. 그는 월세 보증금 등 당장 쓸 돈만 남기고 나머지는 할머니 집에 묻었다. 김씨는 돈을 묻은 뒤 할머니를 면회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현장 인근 CCTV와 차량 100여대의 블랙박스를 뒤졌다.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는 CCTV 화면 같은 증거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다만 할머니 집에 돈을 숨기고도 경찰에는 모두 태워 버렸다며 속이려 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김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뒷마당에서 7500만원 현금다발이… 손자가 훔친 돈을 할머니집에 묻었다가 들통
입력 2014-12-02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