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이재명 성남 구단주 “판정 성역과 연맹에 대해 전면전”

입력 2014-12-02 17:23

이재명 성남 FC 구단주(성남시장)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시도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구단주는 2일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정 성역과 연맹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이 구단주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 계정에 ‘성남 FC, 꼴찌의 반란인가? 왕따 된 우등생인가?’라는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성남이 이번 시즌 세 차례나 잘못된 경기운영으로 피해를 봤다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빽 없고 힘없는 성남 시민구단이 당한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가 얼마나 한국 체육계의 발전을 가로막았는지 실제로 경험했다”고 성토했다.

이튿날 성남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최종라운드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1대 0으로 꺾고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자 이 구단주는 말을 바꿨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자청해 “주관적인 입장에서 억울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였다.

이에 연맹은 1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이 구단주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키로 결정했다. 이 구단주가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 출신인 이 구단주는 “이 조항은 경기 직후 경기장 내 인터뷰에서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장소와 시기를 불문하고 영구적으로 판정 비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판정을 성역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징계가 강행된다면 소송은 물론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심판비평영구금지’라는 해괴한 성역을 없애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구단주는 성남이 고의적인 오심으로 피해를 봤다면 SNS에 성토의 글을 올릴 것이 아니라 연맹 이사회나 총회에서 당당하게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다. 경기운영이 공정하지 않았다면 ‘주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성남은 이번 시즌 열악한 상황에서도 FA컵 우승과 클래식 잔류라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감동이 반감됐다. 더욱이 한국 프로축구는 ‘승부조작’이라는 불신의 꼬리표를 달게 됐다. 반면 이 구단주는 연맹이라는 거대 조직에 맞서 싸운 최초의 구단주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져도 영광이 남는 싸움인 셈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