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원로시인 김시종(85·사진)이 1980년대 초에 쓴 광주 연작시가 ‘광주시편’(푸른역사)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판됐다. 1983년 일본에서 동명 시집이 나온 지 31년 만에 국내 출간된 것이다.
시집은 김시종이 일본에서 광주 소식을 들으며 쓴 시 21편을 수록하고 있다. 당시 이 시들은 일본의 여러 잡지에 발표됐지만 국내에서는 출간할 수 없었다.
‘바래지는 시간 속’이란 시는 광주에서 학생과 시민의 데모가 한창이었던 1980년 5월 20일에 쓰였다. 시인은 광주를 “진달래로 타올라서 피의 우렁찬 절규”로 느끼면서도, “거기에는 언제나 내가 없다”고 재일동포로서의 처지를 고통스러워한다.
시인은 특히 광주의 비극이 쉽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여러 시에서 드러냈다. ‘명복을 빌자 말라’도 그 중 하나다. “원통한 죽음이 가려지고만 있다면/대지는 이제 조국이 아니다… 날이 지나도 꽃만 놓여 있다면/애도는 이제 그저 꽃일 뿐이다… 땅에 묻지 마라/사람들아,/명복을 빌지 마라”
시인은 일본 시집 후기에 “나는 있으나 마나 한 나의 말에 상복을 입혔다”며 “압살당한 ‘자유 광주’를 조금씩이라도 토해내는 것이 일본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문(呪文)이었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김시종은 광주사범학교 재학 중이던 17세에 해방을 맞았고 1948년 제주 4·3 항쟁에 가담했으며, 1949년 5월 일본으로 밀항해 오사카의 조선인 거주지 이카이노에 정착한 뒤 지금껏 일본어로 시를 써오고 있다. 1986년 수필집 ‘재일의 틈에서’로 제40회 마아니치 출판문화상, 1992년 시집 ‘원야의 시’로 오구마 히데오 상 특별상, 2011년 시집 ‘잃어버린 계절’로 제41회 다카미 준 상을 수상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재일동포 시인이 쓴 광주 연작시, 30여년 만에 국내 출간
입력 2014-12-02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