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후배는 내기를 좋아하는 상사에게 매일 당했다. 밥 내기에서 후배는 번번이 졌고 밥값으로 한달에 100만원씩 지출하기도 했다. 직장 상사 요구라 내기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는데 후배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준 것은 회사 동료나 상사가 아니었다. 방송인 이영자였다.
1일 방송된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직장인 특집에서 이영자는 고민을 털어놓은 후배를 대신해 내기 팔씨름에 나서 선배를 이겼다. 방청석을 메운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인 양 환호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미생’이 인기를 끌면서 예능프로그램들이 직장인에 집중하고 있다. ‘미생’이 직장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춰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았다면 예능프로그램들은 고단한 직장 생활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안녕하세요’에서는 가족보다 직장이 우선인 워커홀릭 가장, 노안 때문에 50대 부장으로 오해 받는 30대 직장인 등의 고민을 다뤘고 방청객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지난달 30일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은 샐러리맨 슈퍼 레이스를 진행했다. 멤버들은 직장인의 고달픈 하루를 체험하기 위해 ‘출근 미션’ ‘아부 미션’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했다. 마지막 미션을 수행할 때는 300명의 직장인들이 함께 지켜보며 멤버들을 응원했다.
‘런닝맨’ 측은 방송 말미에 “고된 몸 이끌고 출근해서 상사 눈치 보느라 지쳐가는 직장인 여러분 힘을 냅시다. 그 와중에 웃는 날도, 좋은 날도 있잖아요. 이 세상 함께 걸어 갑시다”라는 자막을 띄워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미생’ 열풍이 일기 전에도 직장과 직장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은 있었다. SBS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등이 직장인 모습을 그렸고 tvN ‘오늘부터 출근’은 연예인이 기업체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 코너 중 하나인 ‘렛잇비’는 직장인의 속마음을 노래로 풀어내고 있다. MBC ‘무한도전’도 무한상사라는 가상의 직장에서 멤버들이 직책별 상황과 애환을 그려낸 바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생’은 직장인을 하나의 콘텐츠,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었다”면서 “‘미생’과 예능은 직장이라는 현실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판타지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생’이 인간적인 상사인 오상식을 통해 직장에 꼭 있었으면 하는 인물을 그려냈다면 예능은 게임이나 토크쇼로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직장인 애환 그린 ‘미생’… 예능으로 진화하다
입력 2014-12-02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