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일본처럼 돔형식의 콘서트홀이 있었다면 폴 매카트니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폴 매카트니가 이달말 일본 공연은 하지만, 한국은 내년 4월 이후에나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폴 매카트니는 지난 5월 건강상의 문제로 한국과 일본 공연을 취소한 바 있다.
“저희도 우리나라 팬들과 계절에 상관없이 만났으면 좋겠는데 겨울엔 공연할 장소가 많지 않아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태양은 공연 중심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방송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모두 겨울 공연장 부재에 대한 아쉬움 섞인 하소연이다.
공연 관계자는 2일 “1월부터 날씨가 풀리는 4월까지 공연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은 대형 공연을 꿈도 꾸지 못한다”면서 “겨울이 오면서 공연도 동면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1월 이후 페스티벌 형태의 대형 공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공연을 해야 하지만 1만5000석 규모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외에는 그나마 공간에 여유가 있는 것은 4000석 규모의 경희대 평화의전당 정도다. 그러다 보니 11월, 12월은 송년회와 신년회, 크리스마스 등 공연 성수기임에도 장소가 협소해 관중을 동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연말에는 평화의전당에서 공연하기 위해 기획사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대관 심사를 할 때는 관중 동원력 있는 가수들을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공연장 잡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개런티가 비싼 해외 톱스타급 아티스트의 경우 겨울철 공연은 꿈도 꿀 수 없다.
또 다른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아티스트의 경우 개런티는 물론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항공비,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면서 “결국 큰 공연장에 많은 관람객을 받아 입장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작은 공연장 밖에 없는 겨울 공연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플라시도 도밍고가 2만 여명을 수용할 실내 공연장을 찾지 못해 결국 음향 설비에 한계가 있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3000여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한 호세 카레라스의 VIP티켓 가격이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한 도밍고의 VIP석보다 두 배나 비쌌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계에선 한해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로 ‘서울재즈페스티벌’을 꼽는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5월에 열린다.
봄과 가을엔 서울재즈페스티벌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언플러그드나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고 휴가와 방학 특수를 노린 여름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등 대형 락 페스티벌이 한꺼번에 개최된다. 이들 페스티벌들은 주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 잠실 주경기장이나 가평 자라섬 등 2~3만 명을 수용할 공간에서 열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카드가 내년 1월 과감한 도전을 한다.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일주일 동안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나이츠’다. 해외 뮤지션이 일회 공연으로 진행했던 내한공연 포맷에서 탈피해 선정된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한 주간 연달아 공연하는 ‘라이브 위크(Live week)’ 형태로 구성했다. 아티스트 라인업은 헤비메탈과 일렉트로닉, 얼터너티브 록, 브릿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뮤지션들로 구성했다. 이를 위해 잠실경기장에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특별 돔 스테이지도 설치할 계획이다. 티켓은 1일권부터 5일권까지 다양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외출을 꺼리는 겨울이지만 공연에 목마른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겨울엔 즐길 공연이 없네… 돔 형태 콘서트홀 없어 페스티벌 공연 비수기
입력 2014-12-02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