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를 괴롭히던 세르비아계 청년들과 맞서 싸우다 방망이로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고 2주간 버티던 터키계 독일 여대생이 끝내 숨졌다. 독일은 그녀에게 ‘영웅’ ‘천사’ 등의 호칭을 쏟아냈다.
독일 언론들은 1일(현지시간) 여대생 투체 알바이락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일제히 기렸다. 그녀가 입원했던 오펜바흐 병원과 사건 현장에는 헌화와 촛불 추모가 이어졌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위로 서한을 보냈다. 가우크 대통령은 서한에서 알바이락을 “우리의 모범”이라고 추앙하며 “독일 전역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고 말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시민 13만명이 서명한 청원에 따라 그녀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15일 자정쯤 독일 헤센주 오펜바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현재 체포돼 있는 세르비아계 청년 3명이 10대 소녀 2명을 괴롭히자 알바이락이 제지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알바이락은 한 청년이 휘두른 야구 방망이에 머리를 가격당해 현장에서 쓰러졌다.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누구 하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알바이락이 쓰러져있을 때 맥도널드 직원들은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무심한 세태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알바이락은 생명 연장 장치에 의존해 지내던 중 지난달 26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러다 28일 23세 생일을 맞아 가족들의 결단으로 장치를 떼고 세상과 이별했다. 터키계 대학을 다니며 고등학교 교사를 꿈꿨던 알바이락은 장기 기증 카드를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족도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울림을 주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독일, 성희롱 막고 떠난 '의로운 여대생' 추모 행렬
입력 2014-12-01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