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문 좀 잠가주세요.”
1일 오후 2시10분쯤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지하 1층. 공단 관계자들이 강당으로 이어지는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주차장과 연결된 출입구도 막혔다. 이날 임명된 성상철(65) 신임 건보공단 이사장의 ‘기습 취임식’을 막으려는 노조 관계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뒤늦게 달려온 유재길 노조위원장은 “지금이 군사정권이냐”며 “군사작전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누구를 위한 깜짝 취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여분간 노조와 실랑이를 벌이던 성 이사장은 “일단 논의를 해보자”며 잠시 취임식을 연기했으나 오후 4시30분 노조에 알리지 않은 채 취임식을 가졌다.
그의 취임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보건복지부는 취임식 10분 전 보도자료를 통해 임명 사실을 발표했다. 공단 임원조차도 취임식을 모르고 있었다. 임명이 발표된 시각 건보공단에선 1급 직원 승진 면접이 치러지는 중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임명이 내려왔고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공단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늦게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단에 알리지 않고 이사장 취임식을 열기는 처음”이라며 “무엇을 숨기기에 1만2000여명 공단 식구들을 기만하느냐”고 말했다.
성 이사장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2년여간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냈다.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병원의 입장을 대변해 온 셈이다. 노조는 그가 가입자인 국민을 대변해 병원을 상대하는 건보공단 이사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하고 있다. 공단은 매년 대한병원협회 등 의약단체들과 협상해 병원과 의료인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가격(건보 수가)을 결정한다. 성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수가와 약값 적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출신으로 의료계의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당시 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의무소령으로 근무하며 처음 시신을 확인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장 시절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수십억원을 지원했고, 유헬스협회장 시절에는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의료단체들은 이번 임명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장이 모두 의사 출신으로 채워졌다”며 “정부에 성 이사장 임명 철회를 요청하고 국민 건강이 훼손되는 사태를 막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성상철 건보 이사장 기습 취임
입력 2014-12-01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