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美 대선 최대 이슈는 ‘연방대법원 색깔’ … 오랜 보수 우위 깨질지 주목

입력 2014-12-01 16:35

지방정부의 사법 자치를 인정하는 미국에서 최종적인 연방 법 해석을 담당하는 연방 대법원의 권한과 지위는 막강하다. 인종차별, 선거권, 종교자유, 동성애 등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논쟁적 이슈들은 모두 대법원의 판결에서 국가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 오랫동안 보수 5, 진보 4의 균형을 유지해온 대법원 구성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2016년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심장질환 수술 후 1일(현지시간) 복귀할 예정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법관 인선이 2016년 대선 레이스의 ‘핫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긴즈버그 대법관은 워낙 고령인 탓에 다음 대통령 임기 중 은퇴가 점쳐지고 있다. 또 긴즈버그 뿐 아니라 70대 후반의 대법관 3명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미 대통령은 대법관을 임명할 권한을 지니며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부합하는 인물을 인선해왔다. 민주·공화 어느 당이 승리하든 다음 대통령 임기 중 최소 한 두 명 이상의 대법관 임명이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법원의 보-혁 균형 추가 한 쪽으로 기울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나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남발 등을 대법원에 제소하려 하고 있다. 만일 공화당 출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진보 성향의 법관이 은퇴할 경우 대법원 내 세력균형은 단숨에 6대 3으로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럴 경우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판례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대법원은 오바마 케어에 반발하는 일부 기업의 종교적 신념 행사를 인정하거나 투표권리법(소수민족 참정권 보장을 위해 1965년 제정된 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리는 등 보수적 판결 빈도가 훨씬 높았다. 낙태 허용이나 동성 결혼 허용 등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고 보수 성향의 법관을 교체하게 된다면 오랫동안 유지됐던 균형은 진보 우위로 역전된다. 노동자나 형사피고인 보호, 민권 관련 소송에서 이들에 우호적인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오바마 케어나 이민개혁안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