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92)의 방북이 내년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건강 악화 우려가 표면적 이유지만,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 방북 의미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여사 건강을 고려해 올해 평양 방문을 보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1일 정부와 북측에 최종적인 연기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여사가 지난 10월 폐렴 판정을 받았다”며 “증상은 많이 좋아진 상태지만, 추운 북한 날씨를 고려해 의료진이 연말 방북을 만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 측은 “내년 봄쯤 북측과 협의를 재개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여사 측과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개성에서 실무협의를 갖고 평양 시내 영·유아 시설 2곳 방문에 합의한 바 있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면담을 원하는 이 여사의 의사도 함께 전달됐다.
이 여사 측의 방침에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유아에게 털모자와 목도리를 전달할 적기는 겨울인데,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 등 북한 주요 정치행사가 몰려 있어 북측에 의해 방북 의미가 정치적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연말 방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이희호 여사 올해 방북 무산-내년 봄 가능할 듯
입력 2014-11-30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