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에서도 ℓ당 1500원대 주유소가 등장했다. 지난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유보 결정으로 유가 하락 추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기름값 하락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일단 반갑다. 그러나 유가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국제 유가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9.0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24달러 하락했다. 하락폭은 전날 2.38달러보다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이미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기름값도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11월 4째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21주 연속 하락해 ℓ당 1717.3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석유공사는 “국제 유가 급락세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추가 하락 전망이 강해지면서 수도권에도 ℓ당 1500원대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경상남·북도 등 일부 지역에서 1500원대 휘발유가 판매된 적은 있지만 수도권에서 1500원대 주유소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당장 소비자들에게 휘발유가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경제의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 생산 측면에서도 원유 수입가가 낮아지면 생산비용이 절감돼 투자 여력이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기에는 에너지 부문 가계소비 지출이 줄면서 다른 소비지출 여력이 확대될 수 있어 소비경기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물가가 1%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은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수요 부진을 높일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기름값 연일 하락하는데… 장기화 땐 디플레 심화 우려
입력 2014-11-30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