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명받는 박지원의 '만만회' 발언

입력 2014-11-30 16:28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이 불거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의 ‘만만회’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만만회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 등 3명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붙여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30일 박 의원 등이 제기했던 ‘만만회’ 의혹의 실체가 이제야 드러났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은 지난 6월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와 관련한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를 언급한 뒤 “지금 사실 인사(人事)를 비선라인이 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언론과 국민들, 정치권에서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만만회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시 인터뷰에서 만만회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이와 관련해 민간단체 고발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고, 결국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박 비대위원은 정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다시 만만회 의혹을 도마에 올렸다. 그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비선 실세가) 박지만씨를 미행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문고리 권력과 정씨 등 멤버들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인사 문제를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흘리기도 했다”고 했다.

정씨 측은 “이른바 만만회는 실체가 없다”면서 국정개입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지난 19일 주간지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첫 재판에서 “만만회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씨가 붙인 이름일 뿐”이라며 “악의적인 허위 보도로 가정이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 당시 박근혜 의원의 비서직에서 사직한 이후 정치권을 벗어나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왔고, 그동안 박 대통령이나 비서들과 연락·교류·접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3~7월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으로 현 정부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을 5차례 보도했다. 지난 3월에는 박 회장이 지난해 말 한 달 이상 정씨 사주를 받은 인물로부터 미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정씨와 박 회장 세력 간 권력 암투의 연장선으로 미행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씨는 당시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내가 왜 박 회장을 미행하겠느냐”며 “그런 미행을 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