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청와대, 맥빠진 공직기강에다 허술한 보안관리까지

입력 2014-11-30 16:23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장이 확산되면서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소 및 수사의뢰 등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급한 불끄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 규명이 제대로 돼야 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검찰에 고소장 제출, 수사의뢰를 한 만큼 조만간 진실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며 “누가 어떤 문건을 어떻게 유출했는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강조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야권의 총공세에 직접 대응해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안이 가장 철저해야 할 청와대에서 내부 문건이 유출된 부분에 대해선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대외비’로 관리되는 이런 문건들이 대량으로 외부로 유출되고, 이 중 일부가 언론에 그대로 공개된 것은 공직기강과 기밀관리에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나 정부 부처로부터 파견 근무를 했던 공무원들이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청와대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시기는 지난 2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재직 중 해당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을 비롯한 행정관들이 교체된 이후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후부터 청와대 내부 문건에 언급된 내용들이 정치권과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돌연 사표를 낸 배경에는 일련의 문건 유출에 대한 책임도 일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청와대는 현재 세계일보가 지난 28일 보도한 문건 유출 경위를 파악 중이다. 현재로선 박 경정 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다른 사정기관 출신 공무원들이 원대복귀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에 활용키 위해 내부 문건을 들고 나갔고, 이 가운데 일부가 언론사에까지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