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간접광고 ‘PPL’ 대신 ‘BPL’ 뜬다

입력 2014-11-30 16:42

#장면1.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뻐꾸기 둥지’. 주인공 백연희가 어린 아들에게 전자책으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외할아버지 백철이 방으로 들어와 신기한 듯 전자책을 쳐다보자 백연희는 전자책의 기능과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장면2. 케이블채널 tvN 화제의 드라마 ‘미생’. 주인공 장그래가 복사기 앞에서 2년차 대리 김동식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 뒤로는 복사지와 서류가 잔뜩 쌓여있다.

두 드라마에 나온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 장면이다. ‘뻐꾸기 둥지’는 예스24 전자책인 ‘크레마’, ‘미생’은 복사용지 기업 ‘더블에이’를 노출시켰다. 똑같은 간접광고인데도 ‘뻐꾸기 둥지’는 집중 비난을 받은 반면, ‘미생’은 별다른 비난 없이 넘어갔다.

30일 광고업계 관계자는 “노골적인 PPL로 눈살을 찌푸리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드라마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BPL(Brand Placement)이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PPL은 내용에 상관없이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특정 제품이나 매장을 노출시킨다. 지난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된 뒤 PPL은 더욱 빈번해졌고 과감해졌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화면의 4분의 1 크기, 방송 시간의 100분의 5 이내’ 등 요건을 갖추면 실명 PPL도 가능하다. ‘뻐꾸기 둥지’에서 전자책 뒷면의 실명 로고를 크게 비추고, 여주인공이 긴 시간 제품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극의 흐름을 끊고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PPL을 시청자들이 좋을 리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BPL이다. BPL은 스토리 안에 제품의 브랜드나 기업 이념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미생’ 제작진은 기획 의도와 다르거나 어색한 제품의 PPL은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약속은 지켜졌다. ‘미생’의 간접광고는 억지스럽지 않다. 직장인을 다루는 작품 성격에 맞게 사무용품 중심으로 신중하게 간접광고를 배치했다. ‘더블에이’의 A4용지와 박스들이 사무실 장면에서 자주 나오지만 소품으로 보일 뿐이다. 탕비실에서 선·후배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마시는 맥심 커피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효과적으로 BPL을 활용한 경우로 꼽힌다. 메신저 ‘라인’은 남녀 주인공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 자연스럽게 노출됐고, 중국에서 방영된 후 중국의 라인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최근엔 PPL의 역효과를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별그대’처럼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아예 광고주와 협의해 간접광고를 스토리 속에 녹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