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하산 프로젝트… 제2의 개성공단 되나

입력 2014-11-30 16:27

남한·북한·러시아의 물류 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범 운송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을 거친 러시아산 석탄의 시범 운송이 본격적인 사업 개시로 이어져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사례로 추가될 경우 ‘제2의 개성공단’처럼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탄을 실은 운송 화물선은 1일 포항항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시작한다. 중국 국적 화물선으로 지난 27일 북한을 출발해 29일 포항 앞바다에 도착했다. 배에는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된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500t이 실려 있다. 석탄 대금과 운송비를 포함해 4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정부는 일단 초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30일 “우리 측 현장 점검단이 나진항을 방문했을 때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시범 운송의 사업성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최종 계약 체결을 예단키 어렵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전망이 밝다는 반응이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나진-포항 간 석탄 수송 운송 사업이 본격화되고, 이는 남북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북 경협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더해 ‘5·24 조치’ 예외 사례가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러시아를 통한 간접적인 사업 운용 방식이고, 중국 어선을 활용하고 있는 한계가 있지만 ‘또 하나의 경협’ 사례인 점은 분명하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남북관계까지 잘 풀리면 과거 대북지원과 경협에 이용했던 남북 직항로의 복구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본 계약이 체결된 뒤 5·24 조치까지 해제되면 각각 나진과 부산, 남포와 인천을 잇는 옛 뱃길이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남북관계 불확실성의 개선 여부다.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돌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꺼려진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개사로 구성된 우리 기업 컨소시엄은 북·러가 2008년 각각 3대 7의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인 ‘라손(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의 절반을 약 1800억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을 거쳐 러시아산 석탄을 수입하는 경로는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는 기존 수입 방식에 비해 물류비 등 절감 비율이 10~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남북과 주변국이 연계된 사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