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부족을 ‘스카이프’(무료 화상 통화 프로그램)로 원격 통치하던 왕이 왕권을 표상하는 금관 등을 도둑맞는 일이 발생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80㎞ 떨어진 루트비히스하펜에 사는 아프리카 호호이 부족의 왕 토그베 은고리피아 세파스 코시 반사(66·사진)가 최근 집에 보관해둔 금관 4개와 금 사슬 등을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반사는 “도둑들이 1층 발코니로 들어와 금고를 부수고 물건을 훔쳐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액은 1만5900파운드(약 2700만원) 정도지만, 가문과 국가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물건들이었다”고 덧붙였다.
호호이는 가나 동남부 볼타 호수 인근 토고와의 국경 지역에 있는 마을이다. 반사는 20대 초반 독일에서 유학하던 중 아내 가브리엘을 만나 독일에 정착했다. 아버지와 형은 왼손잡이라 이를 불결하게 여기는 부족 풍습 때문에 왕이 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반사는 1987년 할아버지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반사는 현재 독일에서 차량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스카이프와 전화로 부족민 20만 명을 다스리고 있다. 지역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반사는 호호이 지역에 의료 지원 인력을 보내거나 정수 시설을 지원하는 캠페인 등도 벌이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왕권 상징 금관 도둑맞은 아프리카 부족왕… 독일서 화상전화로 원격통치 화제
입력 2014-11-30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