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종차별 철폐 ‘정의를 위한 여정’ 217㎞ 행진… 윌슨 경관 사직

입력 2014-11-30 15:15
AFPBBNews=News1

미국에서 인종차별 종식과 사법체계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진이 미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2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 행진을 ‘정의를 위한 여정’으로 이름 붙이고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의 총격에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사망한 퍼거슨 시 캔필드 그린 아파트 앞을 출발해 미주리 주 주도인 제퍼슨시티의 주지사 공관까지 217㎞를 7일간 평화 행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AACP는 미리 낸 성명에서 퍼거슨 경찰을 비롯한 미 전역의 경찰에 대한 훈련 개혁, 흑인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이 행진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코널 윌리엄 브룩스 NAACP 의장은 “‘정의를 위한 여정’은 사법 개혁과 경찰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정의 실현이 이뤄지기 전까지 우리의 행동이 절대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국과 전 세계에 보여주는 첫 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 방송은 1960년대 흑인 인권 향상을 위해 전역에서 이뤄진 행진을 연상케 하는 정의를 위한 여정이 약 100명의 인원으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소강 국면에 들어갔던 인종차별 철폐시위가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인 28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미 전역에서 재점화했다. 시위대는 이 날을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브라운 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시민을 향해 억울하게 숨진 브라운을 애도하고 부당한 사법 체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미주리 주 소도시 퍼거슨을 필두로 뉴욕, 시카고, 오클랜드,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 윌슨 경관 불기소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한편 윌슨 경관이 사직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윌슨은 사건이 발생했던 8월 9일 이후 현재까지 휴직한 상태였다. 윌슨 경관의 변호사인 닐 브런트래거는 윌슨의 사표는 즉각 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북한 등의 인권 침해를 비난해 온 미국은 퍼거슨 사태로 입장이 역전됐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28일 흑인 등 인종·민족 소수자를 상대로 한 미국 경찰의 잔혹성과 과잉대응 등을 지적하는 공식 보고서를 채택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스위스 제네바발로 보도했다.

고문방지위는 보고서에서 “경찰의 잔혹성과 경찰관에 의한 공권력 남용을 보여주는 다수의 보고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이런 행위가 특히 특정 인종과 민족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