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방문 교황 “모든 종교인 연대로 광신· 근본주의자에 대항해야”

입력 2014-11-30 13:38

터키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일 종교 화합을 강조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교황은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술탄아흐메트 자미(이슬람사원의 터키어)와 성소피아 박물관을 방문했다. 푸른 타일로 장식돼 ‘블루 모스크’로 불리는 술탄아흐메트 자미에서는 이슬람 지도자와 나란히 서서 2분 정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교황은 자미의 미흐랍 앞에서 이스탄불의 최고 이슬람 지도자인 라흐미 야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난 다음 경의를 표하자고 제안했으며 야란이 “신께서 허락하실 것”이라고 답하자 두 손을 모았다. 교황은 두 손을 깍지 끼고 십자가 목걸이가 걸린 가슴 쪽으로 올려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2분 동안 서 있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행동은 기도가 아니라 침묵 경배”라면서 “다른 종교 간 대화가 이뤄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8년 전 베네딕토 16세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터키를 방문한 첫날인 28일(현지시간)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통령궁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지도자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비난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슬람의 지도자들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S를 대처하는 이런 종교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탄차를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탄불에서도 르노의 소형 세단을 이용했다. 터키 당국은 이스탄불에 경찰관 7000여명을 동원하고 교황의 이동 경로에 교통을 통제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호를 제공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