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은 탄광도시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폐광이 되고 낙후 도시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밀려났다. 이곳에 문화예술이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 출신의 예술가들도 더러 있지만 잊혀져 가는 태백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운 실험이거나 무모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태백이 문화도시로 날갯짓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폐광지역에서 국제적 문화의 장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太白을 이야기하다’ 전이다. 12월 1일(월)부터 14일(일)까지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24인의 디자이너와 16인의 회화작가가 참여한다. 출품작 21점은 태백시에 기증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문예회관전시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 회화와 디자인 분야 유명 작가 40여명이 장르와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태백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낸다. 태백의 내밀한 이야기는 크게 다섯 가지로 소개된다.
첫째, 태백의 지리적 가치와 의미 표현에는 김성재 선용수 김성호 박동수 선병일 이몽룡 이향아 전화영 박금준 작가가 참가한다. 둘째, 태백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작가로 김상락 김유준 이재삼 김지면 배성익 송광철 심우채 임태규 최지윤 최법진 백중기가 가세했다.
셋째, 태백의 풍물에 눈길을 주는 작가는 김현태 홍동식 손영환이, 넷째, 태백의 역사적 현실 담아내기는 금사홍 배상하 최승선 작가가 참여한다. 다섯째, 태백의 미래상과 격려의 메시지를 담는 작가는 안윤모 오치규 이유미 장훈종 정혜원 주치수 손정실 이재민 채병록 정종인 등이다.
인구 5만명의 폐광 도시 태백은 문화 불모지처럼 여겨져 왔다. 1970년대에는 ‘검은 황금’으로 반짝 부(富)를 자랑했다. 석탄산업 장려정책과 함께 석탄 채굴로 호황을 누리면서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광부와 그 가족들로 인구 13만명을 이뤘다. 1981년 장성읍과 황지읍이 태백시로 승격된 것 역시 탄광 덕분이었다. 이 반짝 호황은 대체 자원의 의존도 증가와 대다수 탄광폐광으로 1990년대 사그라졌다.
석탄산업 사양화 후 태백시가 대체산업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천제를 지내는 700m 고지의 ‘하늘 아래 첫 도시’ 태백은 그 오랜 역사성과 지리, 기후, 환경 특성상 고원 휴양지로 최적지로 손꼽히는 만큼 문화예술 접목을 통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이 어느 지역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회화(광주국제비엔날레), 디자인(광주국제디자인비엔날레), 공예(청주국제비엔날레) 등이 개최되고 있다. 하지만 회화와 디자인이 어우러진 비엔날레는 없다. 시대적 상황에 부합한 융합과 소통을 강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화된 국제적 규모의 전시를 유치하기 위한 전초전격이다.
향후 2년 정도는 국내 작가 중심의 전시로 진행하고, 이후 3년 정도는 작가를 초대한 성공적인 국제전을 개최한 후 최종적으로는 차별화된 국제 비엔날레를 개최함으로써 문화축제와관광산업을 연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이번 전시 참여 디자이너와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을 통해 수준 높은 전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산도 얼마 되지 않는 환경에서 어렵게 이뤄진 이번 전시는 최법진 전 강원대 교수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예술도시 태백의 탈바꿈을 기대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탄광도시 태백이 예술도시로 거듭난다 12월1일부터 작가 40여명 참가 '태백을 이야기하다' 전
입력 2014-11-29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