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5개월 만에 성사된 ‘유도 라이벌’ 김재범(한국마사회·왼쪽 사진)과 왕기춘(양주시청·오른쪽)의 맞대결은 김재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김재범은 28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4 제주 그랑프리 국제유도대회 남자 81㎏급 준결승에서 왕기춘에게 지도승을 거뒀다. 이로써 김재범은 지난 2007년 6월 체급별 선수권대회 73㎏급 결승전 이후 7년 5개월 만에 이뤄진 맞대결에서 패배했던 것을 복수했다.
두 선수는 원래 73㎏급에서 정상을 다퉜다. 2007년 파리세계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19세의 왕기춘이 김재범과 이원희(여자 유도대표팀 코치)를 연거푸 내리 꽂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후 김재범은 체중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81㎏급으로 체급을 올렸고, 둘의 대결은 더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세간에는 김재범이 이원희와 신예 왕기춘을 피해 체급을 올린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김재범은 81㎏급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두 선수는 나란히 81㎏급과 73㎏급의 1인자로 군림했다. 이런 가운데 왕기춘이 지난해 11월 치러진 국가대표 1차 선발전부터 체급을 81㎏급으로 올리면서 둘의 맞대결은 유도팬들의 최고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김재범과 왕기춘은 공교롭게도 같은 매트에 설 기회가 없었다. 당시 김재범이 우승한 1차 선발전에서 왕기춘은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또 올해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는 김재범과 왕기춘 모두 준결승에서 떨어졌다. 지난 6월 KBS 전국 체급별 선수권에서는 김재범이 다시 우승했으나 왕기춘이 2회전에서 떨어져 역시 둘이 맞붙지 못했고, 지난 10월 전국체전에서도 왕기춘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준결승 도전을 포기해 무산됐다.
결국 둘의 맞대결은 왕기춘이 체급을 올린 지 여섯 번째 대회 만에 이뤄졌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김재범은 경기 초반 왕기춘으로부터 지도 1개를 빼앗았다. 왕기춘이 도복을 비정상적으로 잡은 게 화근이었다. 이후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김재범과 왕기춘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않으면서 각각 2개씩의 지도를 더 받았다. 불리해진 왕기춘은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발뒤축걸기 기술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김재범은 왕기춘에게 머리를 받혀 왼쪽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붕대를 매고 남은 경기에 나섰고, 결국 지도승으로 7년 5개월전에 당한 패배를 되갚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김재범, 7년 5개월 만에 왕기춘 만나 ‘복수혈전’…제주 그랑프리 대회서 지도승
입력 2014-11-28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