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작가 윤태호 "웹툰 플랫폼은 모든 매체의 무대가 됐다"

입력 2014-11-27 20:32
사진=국민일보DB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미생(未生)’이다.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연재된 웹툰 ‘미생’은 고졸 검정고시 출신 주인공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에 들어가면서 겪는 일을 그려냈다. 지난 25일 단행본 200만부를 판매를 돌파했고 현재 tvN을 통해 방영되는 동명의 드라마는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22일 방송분이 시청률 6.1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도 창작에만 몰두해왔던 원작자 윤태호(45) 작가가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 참석했다. ‘대중의 공감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란 토크콘서트에 초청된 그는 “후배들에게 만화 자체가 잘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왔는데 최근 (200만부 판매로) 그 말에 책임을 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드라마와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작품을 위한 취재 활동이 쉬워졌어요. 경제적 여유도 생겨 최근엔 헬리캠을 띄워 궁금한 부분을 촬영했죠. 물론 경계심도 갖습니다. 만화는 다른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지만 만들어 질 땐 ‘가내수공업’ 형태로 소박해야 하죠.”

윤 작가는 2010년 웹툰 ‘이끼’가 영화화돼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그 후 수많은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만화로 먼저 연재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제작 전 붐을 만들고, 웹툰의 형식을 빌려 작품의 흥행 여부를 미리 테스트해보려는 것이다. 웹툰 플랫폼은 이제 만화가만의 공간이 아니라 매체의 무대가 됐다”고 표현했다.

또 “‘이끼’ 5년, ‘미생’ 4년 7개월 등 (웹툰)제작에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는데 다른 매체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과 소명 의식을 갖게 된다”면서 “책상 위 내 세계에서 열심을 다할 때 다른 분야에서도 작품을 위해 뛰어 줄 사람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미생’을 기획한 이재문(36) CJ E&M PD는 “‘미생’은 ‘웹툰은 10대들의 시장’이란 편견을 깨고 장년층을 웹툰 시장으로 끌어들였다”며 “드라마화 되면서 여성 장년층도 유입되고 나니 대중의 관심이 다시 출판물로 가더라. 원작이 ‘하이브리드’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미생’은 현재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출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CCTV를 통해 소개 영상이 14분이나 방영됐을 정도. 이 PD는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리메이크도 가능할 것 같다. 미국 시장에 정통한 사람으로부터 ‘극 중 배경인 원 인터내셔널을 월가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들었다”고 했다.

올 가을 공개 예정이었던 웹툰 ‘미생’의 시즌 2는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윤 작가는 “이 기한도 약속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주인공 장그래가 회사의 사장이나 회장이 될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라며 웃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