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사립대학 여자 화장실에서 이 학교 4학년 남학생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다행히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돼 처벌을 앞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피해학생측은 사건 이후 학교와 총학생회측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모든 것을 대처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네티즌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2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사건은 지난 9월11일 오후 7시 20분쯤 경기도 소재 K대학 내 한 건물 안 3층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했습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이 대학 4학년생 B씨가 같은 대학 여학생 A씨의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A씨는 지난 7~8월에도 같은 곳에서 범행하는 등 총 5차례 타인의 신체를 찍었습니다.
A씨에게 범행을 들킨 B씨는 현장에서 도주한 뒤 가방을 찾으러 돌아오면서 궁지에 몰리자 범행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근처에 있던 경비노동자가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해 B씨를 연행해 조사했습니다. B씨는 결국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열린 공판에서 B씨에게 벌금 500만원, 수강명령신청 100시간, 신상정보공개를 구형했습니다. 최종 선고는 다음달 10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보통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A씨와 K대학 교지편집위원회는 K대와 총학생회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선 K대 교지편집위가 지난 18일 그러니까 공판 전날 내걸었던 대자보를 보시죠.
“이제 홀로 싸워야 하는 피해학생은 학교 당국에 사건 당일의 CCTV를 열람하게 해달라고 했으나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왜 학생이 굳이 보려고 하느냐’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겨우겨우 열람권을 신청했으나 재판이 하루 남은 지금까지도 학교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교지편집위는 또 A씨의 국선변호사는 사건의 정황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국선변호사는 수사를 계속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으나 이 또한 피해학생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왜 본교는 성추행을 당한 학생이 가해학생을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일까요? 왜 총학생회는 피해학생이 정신적인 2차 피해를 입으며 홀로 조사를 하는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일까요?”
학교 안에서 남학생으로부터 화장실 몰카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학교와 총학생회는 도움을 호소하는 피해여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입니다.
B씨와 B씨의 변호사는 법원 최종변론에서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고 매일 성당에 다니고 있다는 점, 졸업하려면 한 학기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들먹이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합니다.
K대 학보의 보도에 따르면 B씨의 변호사는 “피고인은 당일 자백을 했으며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으로서 젊은 혈기로 인한 사건으로 생각한다”면서 “매일 반성문을 쓰고 성당에 봉사활동을 다니며 피해자에게 합의를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한 학기 남은 상태에서 위 판결로 인해 재적처리가 될 수 있는 점을 미뤄봤을 때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도 “저로 인해 피해를 받은 분들께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성당에 항상 들려서 치유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하겠다”면서 “어렵게 들어간 학교인 만큼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을 인정한다. 한 학기가 남은 시점에서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징계조치를 취한다고 들었다. 이번 일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염치없는 말이지만 이번 한 번만 선처해주시길 간곡히 바라겠다. 피해자에게 사죄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마저도 다른 학우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성당 드립이네.”
“젊은 혈기라니, 젊은 혈기로 공부나 할 것이지.”
“한 학기 남았으니 선처해달라고? 한 학기 남았으니 더 처벌해야지!”
A씨는 K대 학보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교와 총학생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는 사건 이후 어떤 보상을 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혼자 모든 일을 해결했다. 학교와 총학생회 그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학교 징계위원회는 판결 이후 열리고 사건 당시 총학생회와 접촉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또 왜 그렇게 혼자 해결하려고 뛰어다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고 구조를 바꾸고 싶다.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성범죄 사건을 왜 내가 혼자 이렇게 고군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항상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총학생회측은 지난주 A씨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비롯해 모든 학생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이번 대화를 통해 그동안 간과했던 부분을 제대로 알게 됐고 사건 진행과정에 있어 합리적이지 못했던 부분을 전달받았다. 특별자치기수 설립 등 A씨의 요구사안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대학은 다음달 10일 최종 선고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B씨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A씨 정말 대견하네요. 쉼지 않았을 텐데요. 성범죄를 당하고 아무런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또 다른 피해자들이 똑같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니, 정말 멋진 일입니다. 페북지기가 응원합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대학 화장실서 성추행 당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페북지기 초이스
입력 2014-11-27 10:43 수정 2014-11-27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