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시장 규제를 풀고 중·소형 연기금 활성화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26일 발표했다. 각종 공제회와 사립대 적립기금 등을 공동운영하는 중소형 연기금 투자풀을 조성하고 전일 종가대비 가격제한폭이 현재보다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증권거래세 인하 등 주식시장 활성화 핵심 대책으로 꼽혔던 방안들이 제외되면서 알맹이 없는 대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규제완화로 ‘안갯속’ 주식시장에 돌파구=국내 주식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9조2000억원에서 올해 5조8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2000 포인트를 처음 달성했지만 7년간 2000 포인트 내외에서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일종가대비 ±15% 수준인 가격제한폭을 손질해 ±30%로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시장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가격제한제도가 되레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30개 초우량 종목을 반영한 ‘한국판 다우지수’(KTOP 30)도 개발된다.
기관투자자 역할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외국인 비중이 늘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해 외국인자금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주식시장 투자비중은 2000년 30.1%로 급속히 늘어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8.7%로 소폭 하락했지만 2012년 34.7%로 다시 증가했다.
정부는 공제회 자금이나 사내복지지금, 사립대학 적립기금 등 중·소형 사적 연기금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68조5000억원에 이르는 사적 연기금에 ‘연합 연기금 투자풀’을 설치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정기예금 등 안정 투자 위주의 기금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한도도 상향 조정된다. 은행 투자한도는 자기자본의 60%에서 100%로 늘어나고 우정사업본부 투자한도는 예금의 10%에서 20%로 확대된다. 공모펀드의 경우 포트폴리오에 한 종목을 10% 이상 담을 수 없도록 한 ‘펀드 10% 룰’이 개선된다. 펀드 재산 중 절반에 대해 한 종목을 25%까지 담을 수 있도록 허용하되 나머지 절반에는 5%까지만 편입토록 한 미국 사례를 적용했다.
◇핵심 대책 대거 제외, 체면 안서는 금융당국=증권거래세 인하나 배당주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은 빠졌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현재 0.3% 수준의 증권거래세를 낮춰 시장 수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세수 부족을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거절했다. 시장에서는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도 거론했지만 이 역시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재부와 협의를 해왔지만 우정본부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기는 어렵고,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자 차별 논란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양도차익 과세방안도 금융위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역행한다며 반대의견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장 기대치가 높았던 부분은 세제 분야인데 대책에서 빠졌다”며 “연기금 투자와 같은 방안을 보면 단기적으로 수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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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6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