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의 입학을 보장하기 위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거꾸로 미국 일부 명문대학에서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의 입학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정치이론가로 하버드대에서 강의를 하는 야스차 몽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하버드대는 아시아 학생에게 불공정한가’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그는 하버드대에 아시아계 학생 수를 제한하려는 인종적 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몽크는 1922년 유대인 1학년생 비율이 21.5%에 이르자 하버드대 당국이 이를 15%로 억제하려고 입학 심사를 까다롭게 했던 사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불공정’이 요즘은 아시아계 학생을 상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적인 예로 하버드대 상위 단과대학에 들어가려면 아시아 학생들은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백인 학생들보다 평균 140점 가량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특히 2008년 하버드대에 지망한 SAT 고득점자의 50% 이상이 아시아계 학생들이었지만 그 해 17%만이 입학할 수 있었다. 최근 20년간 미국에 온 아시아인 수가 급증했지만 하버드대 입학생에서만은 유독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측은 “아시아계 학생이 시험은 잘 보지만 독창성, 리더십, 과외활동 등 비계량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몽크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 UCLA대학 입학지원자 10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종과 과외활동 성취도 간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소개했다.
몽크는 “대학이 다양한 학생을 통한 교육적 혜택을 얻기 위해 최소한의 소수자를 받아들일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한국, 중국, 인도 학생을 백인 학생보다 적게 받아들이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이라면 백인이 ‘소수자’가 될 것이라면서 “하버드대에겐 단지 이런 진실이 불편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입학 사정을 투명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공정한 입학사정을 위한 학생들(SFFA)’이라는 단체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두 대학이 펴고 있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연방 민권법에 위배되며, 인종 중립적인 사정 방식 도입을 요구한 과거 대법원 판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학의 소수인종 입학우대 제도는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주요 성과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신입생 인종 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추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 등에 불이익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연방 대법원은 이 제도 시행 여부를 각 주 정부의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미국 대학에 번진 인종 차별 논란… “하버드대 아시아 학생에 불공정”
입력 2014-11-26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