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급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의 영화등급은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이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의 경우 부모가 함께 가면 아이들도 볼 수 있다. 등급은 영화의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에 영화사 입장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제한상영가의 경우 전용극장이 없이는 상영이 불가하므로 이를 두고 종종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박선이)는 이런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27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2014 국제 영화 등급분류 포럼’을 개최한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열고 있는 행사로 영국영화등급분류위원회(BBFC) 디렉터 데이비드 쿡, 네덜란드 영상미디어등급분류기구(NICAM) 전략정책고문인 마르테이 휘슬롯 등이 참가한다.
이에 앞서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박선이 영등위 위원장, 데이비드 쿡 BBFC 디렉터, 데이비드 오스틴 부디렉터가 참석했다. 데이비드 쿡 디렉터는 “영국에도 등급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는 있다. 하지만 등급거부 결정은 1년에 한두 차례 있을까 말까 한다. 최근 3년간은 없었다. R등급(Rejects·등급거부)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상영하려는 영화는 BBFC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BBFC는 U(전체관람가), PG(부모 지도하 관람가), 12A(12세 이상), 15(15세 이상), 18(18세 이상), R18(Restricted18·제한상영가), R(등급거부) 등급으로 분류한다. R등급을 받은 영화는 영국에서 상영할 수 없다. 한국의 제한상영가보다 강력한 조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등급이다.
제한상영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국내에서 개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쿡 디렉터는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권리 중 하나”라며 “공공의 이익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익도 중요하므로 둘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제한상영가 판정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이 전무한 국내 실정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관객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한상영가 반대의 핵심 사유다.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년간 국내외 영화 21건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데이비드 오스틴 부 디렉터는 제한상영관과 관련, “영국에도 R18(한국의 제한상영가 등급에 해당)을 받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상설 극장은 없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상영 허락을 받으면 극장에서 상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R18 등급에 해당하는 건 포르노 같은 비디오물뿐이고 일반 영화는 최근 없었다. 인터넷 음란물의 발달로 영국에서는 R18 등급을 상영할 수 있는 극장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영국이나 네덜란드에 비해 등급분류가 뒤처지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제한상영가 등급을 어떻게 풀지가 관건이다. 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 부모를 동반할 경우 아이들도 볼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조화롭게 하는 것도 과제다. 100년 이상 등급분류 제도를 운영해온 영국과 자동화된 등급분류시스템을 사용해 자율등급분류를 시행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실정에 맞으면서도 발전적인 등급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영화 등급분류 어떻게 할 것인가" 영등위 27일 '국제 영화 등급분류 포럼' 개최
입력 2014-11-26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