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담스러운 호남 이번에도 문재인의 손 들어줄까

입력 2014-11-26 16:5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결단해야하는 시점에서 야당 지지기반의 중심인 호남지역에서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곳의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당권을 잡는다 해도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문 비대위원은 현재의 당권 경쟁구도 상 승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 의원 측 인사들 사이에는 ‘호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당권을 놓고 경쟁이 예상되는 박지원 비대위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등은 공공연하게 “호남 민심이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해 곱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7·30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친노계 서갑원 전 의원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진 것도 바로 호남의 반(反) 친노 정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호남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곳 민심을 잡지 못한다면 문 비대위원이 그동안 주창해 온 공천제도 개혁이나 ‘네트워크 정당론’ 등을 밀어붙일 동력을 아예 얻지 못할 수 있다. 만약 당 대표에 오른다 해도, ‘호남신당론’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중도성향의 수도권을 기반으로 당을 운영하던 손학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수정의사를 피력하자, 호남 민심이 등을 돌려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지난 3월 당 정강정책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호된 역풍을 맞았다.

문 비대위원 측은 호남 지지자들이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때와 같은 선택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호남이 야당 대권주자를 버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논리다. 문 비대위원 측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비대위원이) 출마한다면 호남의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주리라고 기대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른 당권 주자간 ‘호남 구애’ 경쟁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문 비대위원이 오는 28일 분권성장과 균형발전을 테마로 전남 나주 혁신도시 방문할 계획인 가운데, 박지원 비대위원은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호남정치 복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친노 대 비노(비노무현)의 무한대립 구도 혁파가 정권교체의 출발이며, 당권·대권 분리가 호남 민심이자 당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의 불출마를 재차 압박한 셈이다. 정세균 비대위원은 이미 전날 전북대학교에서 ‘정치와 국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말 고향인 전북 일대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전대 출마에는 관심이 없다”며 ‘마이 웨이’ 행보를 걷는 안 전 대표도 전날 광주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