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모로코·아제르바이잔 3국을 순방 중인 정홍원 국무총리가 25일(현지시간) 모하메드6세 모로코 국왕으로부터 면담 ‘퇴짜(?)’를 맞았다.
면담을 위해 모로코의 수도 리바트에서 국왕이 있는 페즈 지역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는데 면담 직전 국왕 측으로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순방에 동행한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모하메드 국왕측은 “국왕이 24일부터 39.5도에 달하는 열과 기관지염을 동반한 심한 감기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현안이 걸린 공식회담이 아니라 예방 차원의 만남이긴 했지만, 외교관례상 갑작스레 면담을 취소하는 일이 드물어 결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이 1962년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모로코를 방문한 우리 정부 인사로는 정 총리가 최고위급이다. 때문에 정 총리는 전날 압델리라 벤키란 모로코 총리와의 회담과 별도로 국왕 면담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원래 이 자리는 공식일정으로 잡히지 않았다가 정 총리가 첫 순방지인 이집트에 머물 때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모하메드 국왕도 정 총리가 왕궁까지 편하게 올 수 있게 전세기까지 내주는 등 호의를 보였다.
모하메드 국왕측은 “몸이 나아지면 (정 총리를) 볼 수 있지 않겠나 싶었는데 굉장히 미안하고 마음의 큰 빚을 졌다. 빚을 꼭 갚겠다”는 말을 정 총리에게 전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사과의 뜻에서 국왕이 아픈 사실과 정 총리와의 면담 취소를 국영언론사를 통해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면담이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정홍원 총리, 모로코 국왕 면담 불발 무슨 사연이
입력 2014-11-26 15:56